[은찬가람/찬가람] ㅁㅈ으로 고생하는 은찬이 이야기 5

[은찬가람/찬가람] ㅁㅈ으로 고생하는 은찬이 이야기 5


 

오늘따라 제 몸에 달라붙는 주은찬의 입술이며 손가락 등, 모든 것이 끈적거렸다. 평소와 달리 집요할 정도로 제 몸을 탐하기 시작해온다. 자꾸만 저의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청해온다. 마치 확신에 찬 대답을 바라는 애틋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본다. 뭘, 그렇게 확인하고 싶은 걸까.

야릇한 긴장감이 자꾸만 등을 타고 기어오르는 통에 온몸이 오슬오슬 떨려온다. 입술을 깨물고 가람은 대답 대신 은찬의 눈꺼풀에, 코에, 뺨에 입술을 내리찍었다. 실로 부드럽게, 어미새와 같은 입맞춤으로 은찬의 입술을 핥아주었다.

"청가람."

목소리에 간간이 쇳소리가 섞여든다. 제 몸을 후벼파는 듯 한 눈길로 은찬은 가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길에 가람은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벽만이 가람을 향해 기어들어온다. 무엇을 그렇게 확인하고 싶은 걸까.

집요할 정도로 목을 물어오는 탓에 자꾸만 숨이 막힌다. 젖을 갈구하는 듯이 집요하게 가슴을 물고 빨아온다. 오늘따라 과할 정도로 자꾸만 제 몸에 집착해오는 은찬의 손길에 가람은 당황스러웠다. 흥분을 재촉하듯 서두르는 그의 몸짓에 가람은 은찬의 팔을 잡아 벽을 쳤다.

"왜 그래?"

"뭐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시선을 피해 간다. 도망치는 그 눈을 쫓아 추궁키도 전에 은찬은 입술로 가람의 말을 막아버렸다. 혀로 훑듯 입안을 마구잡이로 어지럽히던 은찬이 매섭게 가람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그 고통에 소리를 내기 무섭게 다시금 핥아 녹이듯 부드럽게 스치어 빨아온다. 입술을 떼는 소리가 청명하게 방 안에 울렸다.

참으로 야스러운 혀였다. 시선을 피할 땐 언제고, 은찬은 가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보란 듯이 제 입술을 천천히 핥고 있었다. 그 위화감에 가람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은찬이 못내 거칠게 가람의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이전과 달리 친절함이 사라진 거친 동작이었다. 그 아픔에 가람은 저도 모르게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아, 윽…"

거친 동작과 달리 제 몸 위로 포개지는 은찬의 손바닥은 실로 부드러웠다. 매끄러운 손길로 가슴의 돌기를 스치듯 비벼온다. 그 아릿하고 강렬한 자극에 가람은 입술을 지긋이 물며 신음을 참았다.

"괜찮아. 소리 내어."

부드러운 목소리와 이질적이게도 흉폭스러운 몸짓으로 은찬은 가람의 안을 휘젓고 있었다. 풀어지지 않은 채로 들어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신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위축된 안에서 움직이는 그가 너무도 버겁고 고통스러웠다. 은찬의 그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던 몸에 묵직한 통증이 뒤따라온다. 쾌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파…아…아프다고…!"

제 위를 덮은 넓적한 가슴팍을 밀치며 가람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된 양 은찬은 가람의 중심을 휘어잡았다.

"만져줄게."

마치 저가 뭐라도 된 양, 선심을 베푼다는 목소리였다. 진득한 손길이었다. 그러나 진한 위화감이 자아내는 그 손길에 가람이 흥분할 리 만무했다. 저항하듯 가람은 다시 한 번 은찬의 가슴팍을 거세게 밀쳐냈다. 그 저항에 맞춰 밀리지 않겠다는 듯이 더 강한 힘으로 은찬이 가람을 흔들기 시작했다.

전후가 뒤바뀐 그 애무에 흥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 머리와 달리 몸은 솔직했다. 어느샌가 그 움직임에 맞춰 적응하며 쾌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열이 잔뜩 오른 탓에 젖기 시작한 가람의 끝 부분을 지긋이 손톱으로 찌르며 은찬이 웃었다.

장난기를 잔뜩 머금은 짓궂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 뭐라 채 불평을 토하기도 전에 앞이며 뒤며 할 것 없이 몸 전체가 얼얼한 통증에 휘감긴다. 몰아붙이듯 세차게 자신을 쳐올리기 시작하는 그 몸짓에 가람은 소리를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으…"

기계와도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에도 힘이 실리자 흥분이 격앙되었다. 질척한 쾌감에 허리가 자꾸만 꿈틀거리며 떨려왔다.

"기분 좋아?"

눈앞에 은찬의 상기된 뺨이 가득 차오른다. 마치 귓가에 숨을 토해내듯이 은찬이 속삭여오는 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가람은 입술을 다문 채로 은찬의 목에 팔을 감았다. 품 안에 그가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은찬은 가람의 안을 마구잡이로 들쑤셔왔다. 가람은 그저 가만히 은찬에게 안긴 채로 뜨겁게 열을 토해내었다. 상기된 뺨과 달리 차가운 입술로 은찬은 가슴과 목을 물어오고 있었다. 제 안에 그득 찬 열과 달리 차가운 입술엔 비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 상반된 온도에 채이며 가람은 제 안에서 퍼지는 은찬을 느꼈다. 따뜻하고 깊은 스밈이었다. 그 감각에 취한 가람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은찬이 무심한 손길로 목을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온기에 가람은 눈을 감았다. 매달리듯 집요하게 물어오는 입술 탓에 가슴이 따끔거렸다.

 

밤사이 내리는 비는 창문을 간헐적으로 두드리며 가람의 잠을 깨웠다. 눈을 뜨자 창밖이 희붐하게 밝아온다.

돌아가야지. 제 뺨에 와 닿은 가슴팍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가람은 서서히 은찬에게서 몸을 떼어내었다. 바닥에 헝클어져있던 티에, 추리닝에 팔을 순차적으로 끼워 넣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다정하고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 은찬이 보인다.

무심한 그 얼굴을 보며 가람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간밤에 심히 빨린 탓에 앙다문 입술이 쓰렸다. 그 고통에 슬쩍, 눈꼬리에 눈물이 고이는지 손바닥이 금세 축축해지고 있었다.

이 밤에 일어나는 우연스런 일들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가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를테면 이렇게나 후회하면서도 매일 밤마다 뭔가에 홀리듯 은찬에게 다가가 살을 부비는 저따위를.

다짐한 듯 가람은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낯빛을 정리하며 가람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방을 나오는 그 순간, 아주 가느다랗고 앳된 음성이 제 발을 붙들어매는 요상한 감각이 일었다. 그러나 가람은 문을 닫았다.

산 너머로 하얗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언제 떨어져 나간 것일까, 저를 보호하던 대일밴드가 다 떨어진 너덜너덜한 손가락의 흉이 눈에 띄었다. 지독히도 따끔거리는 손가락이었다. 싸늘한 아침 바람에 목덜미가 서늘했다.

그 서늘함은 하루 종일 저를 뒤쫓아왔다. 서늘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주은찬은 하루 종일 제 뒤를 밟고 있었다. 시선에 꼬집히는 마냥 아팠다. 덧붙여 말하자면 아무렇지도 않게 제 목덜미에 닿는 은찬의 손 역시도.

"가람아, 목뒤에 모기물렸어?"

교차된 시선에 손끝부터 피가 마르는 기분이 일었다. 그 모든 말과 눈이 서늘하고 따가웠다. 주은찬의 눈매가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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