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가람ts/찬가람ts] 로맨스를 부탁해 9
체교과 조교 주은찬 x 기계체조하는 가람이 ts
*설정날조 주의!
9
본디 입이 짧은 건지 제 앞이라 입맛이 없는 건지, 가람은 연신 밥을 깨작였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이미 식사가 끝난 후에 억지로 자리를 버티는 이처럼 둔한 젓가락질에 은찬은 설핏,
“입맛이 없어요?”
묻는다.
“왜요.”
가람은 대차게 대꾸했다. 여즉 밥알이 성한 그녀의 밥그릇을 힐끔 쳐다보다,
“왜 이렇게 안 먹어요.”
하고 말했다. 깨작이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자니 든든히 배를 채우는 제가 무안해질 정도였다.
“알 바 아니잖아요.”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가람은 밥그릇에 화풀이하듯 젓가락으로 괜히 밥풀들을 휘휘 젓는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메뉴가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사람 바글바글한 학식이 못마땅했던 건지 이마 위 잔금들이 역력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학교 밖으로 나가 번듯한 식당에서 밥을 샀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밥 먹을 시간을 내어준 것도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인데 대정문 밖까지 나가달라는 수고를 부탁할 순 없었던 은찬은 그대로 학생식당에 안착했다.
학식의 메뉴래봤자 <그날의 메뉴>라는 이름을 단 경양식,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번갈아 나오는 한식, 한약내가 옅게 나는 갈색 소스로 잔뜩 버무려놓은 탓에 바삭한 맛이라고는 눈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는 돈까스가 들어간 양식, 영양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MSG에 길들여진 이들이 찾는 라면 따위가 전부였으므로 주문하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능숙하게 자판기에 돈을 넣고 은찬은 가람을 향해 “뭐 먹을래요?”하고 물었었다. 그 말에는 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라도 제가 사겠습니다, 라는 속내가 역력했으나, 가람은 “흥”하는 콧방귀 한 번으로 응수한 채 제 지폐를 자판기에 쑤셔 넣었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때에, 두 사람은 한껏 거드름피워가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했으나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머뭇거림으로 입술만을 달싹거리던 그가 가람의 이름을 부르려던 때에 음식이 나와버려 은찬은 가람의 이름을 뱉기 대신 밥을 씹어야만 했다.
가람의 기색을 살피며 은찬은 밥을 꽤 더디게 먹었다. 평소 10분 안팎으로 끝나던 그의 식사가 엿가락처럼 늘어져 30분에 다다르고 있었다. 가람은 이미 젓가락도 놓아둔 채로 팔짱을 끼고 제 앞에 앉은 속 편한 사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에 찔리는 몸이 따가웠지만, 은찬은 꿋꿋하게 밥그릇 벽에 붙은 밥 한 톨까지 수저로 긁어 제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 사내의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졌을 때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손 타지 않은 식판을 개수대에 쏟아내는 그녀의 뒤를 같이 가자를 말을 덧붙이며 은찬이 빠르게 쫓고 있었다. 가람의 시선이 흘끗, 뒤쫓던 그의 뺨 위를 지나갔던 듯도 하다.
체육관 앞까지 다다라서도 그녀의 뒤를 잇는 발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덧붙여,
“이제 연습하러 가요? 가서 구경해도 돼요? 금요일인데 쉬지도 않아요?”
끊임없이 잇대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짜증이 밀려왔다.
“아, 진짜 짜증 나.”
앞서가던 몸이 휙 돌아선다. 살벌한 눈길로 찌르듯 매섭게 눈초리를 세우고 그를 향해 톡 쏘아붙인다.
“밥 다 먹었으니까 이제 꺼져요.”
“싫다면요?”
천진난만한 목소리의 그가 말을 되받아쳤다. 가람의 얼굴에 당혹감이 설핏 너울치기도 했는데, 당황치 않은 그녀는 곧 잠잠히 얼굴을 가라앉히며 애써 침착함을 가장해 보였다.
“밥 먹으면 꺼지기로 했잖아요.”
목소리만큼은 난처함이 지워지지 않아 미묘히 떨리는 듯도 했다. 그에 따라 긴장감으로 그녀의 목줄기가 팽팽해지며, 마른 침을 삼키느라 움직이는 목울대 탓으로 쇄골이 얄팍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곤 하였다.
“나는 그런 약속한 적 없어요.”
은찬은 시치미를 뗀다. 사실이긴 했다, 밥 먹는 거 봐서 꺼지기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첫째로 기준이 모호했고, 둘째로 약속하지 않았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덧붙여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만큼 억지로라도 친근감을 만드는 게 은찬의 주된 목적이었다. 뻔뻔한 얼굴로 저를 태평스레 바라보는 사내를 보며 가람은 앞뒤가 다른 남자라며 속으로 혀를 차본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그가 탐탁지 않았던 가람은 신경질을 부렸는데, 은찬은
“댁한테 관심을 가져야 해서요.”
똑 부러지게 말했다. 목소리는 나긋했고, 적당한 저음으로 다가와 제 뺨에 착 감겨들고 있었기에 문득 가람은 제 자신이 요연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빨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바람에 안 그래도 뻘건 눈이 땡볕에 놀란 토끼가 따로 없었다.
세차게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시선만을 제 얼굴에 칠하는 가람을 향해 은찬은 눈을 마주치며,
“관심 좀 가질게요. 그러니까 앞으로 시간 좀 내줄래요?”
물었고, 약간의 머뭇거리는 뜸 후에,
“헛소리.”
하고 가람이 대답했다. 눈이 하도 세차게 깜빡이고 있어 속눈썹이 속절없이 파르르 파르르 떨리었다. 눈동자를 아래로 처박은 통에 기다란 속눈썹이 밑으로 자란 난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그 검은 이파리 아래 뺨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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