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찬가람/찬가람] Fragile(취급주의)
*au 주의!
*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한장_쓰기 / 얀데레 찬가람
*얀데레 주은찬 주의
소란하고 번잡한 인부들 사이에서도 사람의 몸체만 한 상자는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구석에 놓여있었다. 마치 이 집에 버려두고 갈 쓰레기처럼 상자는 방안의 그늘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꼼꼼하게 마감된 테이프 칠이나 눈에 띄게 크게 써놓은 '취급주의'라는 글자가 보였기에 인부들은 단순히 이 집의 주인이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물건으로 여기며 넘기었다.
그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았다면 과연 그들은 어떻게 했을까? 달라질 건 없었다. 상자의 내부에 관한 호기가 인부들의 낯에 올려졌지만, 몇 차례 짐을 옮기는 사이 얼굴을 장식한 건 노동으로 인한 피로와 질척한 땀이었다. 끈적한 체액을 닦아냄과 더불어 호기도 닦였기에 그들은 곧 상자에 대해 망각하였다. 인부들은 바삐 짐을 나르고 상자는 구석에 박혀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자의 조그마한 틈 사이로 비져나와 공기 중으로 스미는 신음을 듣지 못한다.
깔끔하게 정리되었지만, 못내 살풍경한 집 한가운데에 박스가 놓여있다. 무기력한 손길로 은찬은 네모난 상자의 테이프를 뜯고 있다. 생선 살 위 비늘을 벗기듯, 가장자리에 들러붙어 끈적이는 테이프의 톱니를 손톱 끝을 사용해 슬슬 밀어 벗긴다. 빳빳한 천이 찢길 때와 같이 날카롭게 날이 선 음파가 공기를 가른다. 몇 차례 더 거친 소음이 정적을 꿰뚫고 지나갔다. 박스의 문을 열고, 여러 겹의 방충제에 둘러 쌓여있던 상자 속 제 사랑스러운 연인을 은찬은 지긋이 바라보았다.
"망가진 곳은 없어?"
혐오와 분노, 토기가 부유하는 붉은 눈동자에 물기가 어린 탓에 눈두덩이, 눈 밑 할 거 없이 새빨개진 가람의 얼굴을 보며 은찬은 작게 웃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리다 까슬까슬한 테이프의 감촉을 느낀다. 그제야 그의 입을 막고 있는 녹청색 테이프의 존재를 그는 선연히 깨닫는다.
다시 한 번 손톱을 세워 가람의 연한 살을, 녹색의 테이프를, 끈적이는 점액을 긁어낸다. 언어가 차단된 가람의 입에서 파란 공포로 색이 찬 앓음이 몇 번인가 토해졌지만, 은찬은 테이프를 벗겨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뺨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며 가람은 드디어 숨을 토해낸다. 입을 있는 힘껏 크게 벌려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로 부풀려진 늑골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단단한 몇 겹으로 이루어진 평행의 선들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은찬은 가람의 이름을 부른다. 대답은 소리가 아닌 차가운 액체로 다가왔다. 가람의 침이 들붙은 제 뺨을 닦아내는 은찬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내가 혼자 둬서 화가 났어?"
"더러우니까 나한테 손대지 마."
일렁이는 눈동자 위로 다시 한 번 뜨거운 화가 용암 쳤다. 시뻘건 눈동자를 한참이나 제 눈으로 좇고 새기던 은찬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숨을 토해낸다. 금방이라도 콧등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기에, 은찬의 숨으로 가람의 앞머리가 흔들렸다. 동시에 가람의 눈동자가, 뺨이, 이맛살이 구겨졌다 펴짐을 반복하며 정처 없이 헤매인다.
갈피를 잡지 못한 가람이 마음잡을 새도 없이 상자에서 끌어올려 졌다. 바닥을 향해 추락한 몸뚱이가 난폭하게 흐트러졌다. 도망칠 여력도, 길도 없이 가람은 무방비한 제 목덜미를 은찬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충격을 달랠 세도 주지 않은 채, 은찬은 연이어 가람의 뺨을 몇 번인가 갈군다.
새빨개진 뺨의 가람이 저를 향해 호소를 해오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발, 그만해…, 이번에는 떨리는 숨소리와 함께 얄팍하게 견갑골이 떠올랐다. 축축하게 젖은 소리가 가람의 입을 타고 오르내리는 새, 은찬은 가람의 몸 위에 제 몸을 올린다.
"울지 마, 쉬이… 착하지?"
자장가를 읊조리듯 나긋한 음성을 가람의 귓가에 토해내며, 다정한 손길로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갓난아기의 등을 토닥일 때와 같은 동작으로 천천히 가람을 끌어올려 품에 안고 토닥인다. 속절없이 떨리는 목덜미에 제 코를 박은 채 깊은, 아주 깊은숨을 들이마신다. 충격으로 달아오른 연한 살에 은찬은 입을 맞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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